지구 최강 로켓 ‘팰컨 헤비’ 날아올랐다
2002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구 아닌 다른 행성에서도 인류가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러자면 먼저 인류와 화물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야 한다. 스페이스엑스가 그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는 지구 최강의 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를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팰컨 헤비는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이후 반세기만에 가장 강력한 로켓이다.
팰컨 헤비는 애초 예정시간보다 2시간15분 늦은 2월6일 오후 3시45분(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2월7일 오전 5시45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굉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2011년 심우주 탐험용 로켓 `팰컨 헤비′ 개발을 선언한 지 7년만이다. 이날 팰컨 헤비가 이륙한 발사대는 1969~1972년 아폴로 우주선들을 쏘아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기지 주변에는 역사적인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5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상관제소 ‘라이프 온 마스’ 노래로 자축
높이 70m 크기의 팰컨 헤비는 지금까지 쓰던 팰컨9 로켓 3기를 나란히 일렬로 세운 형태다. 가운데에 있는 코어로켓은 새로 만들었지만, 양 옆의 2개는 이전에 쓴 것을 재활용했다. 스페이스엑스는 그동안 23차례 로켓을 회수하고, 이 가운데 6기를 수리·정비를 거쳐 다시 쏘아올린 경험이 있다. 이날도 스페이스엑스는 3기의 로켓 가운데 2기를 회수했다. 양 옆의 로켓 2기는 이륙 2분30초 뒤 분리돼 지상으로의 귀환을 시작했다. 지상 관제소는 이륙 3분뒤 “분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관제소 내에서는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가 울러펴졌다. 두 로켓은 이륙 8분 후 커내버럴기지 랜딩존 1과 2에 동시에 착륙했다. 다만 해상 바지선으로 귀환하게 돼 있던 코어로켓은 바다에 추락했다.
“모든 우주 임무 수행 가능한 로켓”
팰컨 헤비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힘이다. 그 힘은 3기의 로켓에 장착된 총 27개의 엔진에서 나온다. 이 엔진들이 로켓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추력은 무려 2267톤(500만파운드)에 이른다. 이는 경쟁업체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 연합발사동맹(ULA)에서 가장 큰 로켓 ‘델타4 헤비’(213만파운드)보다 2배 이상 강력한 힘이다. 보잉747기 18대가 동시에 이륙하는 힘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탑재중량에서도 팰컨 헤비가 월등히 앞선다. 최대 64톤(14만1천파운드)의 물체까지 고도 수백km의 지구 저궤도(LEO)에 올려놓을 수 있다. 64톤은 승객과 승무원, 화물과 연료를 가득 실은 보잉 737 제트기의 무게와 같다. 델타4 헤비의 5만파운드(22.7톤)와 비교하면 거의 3배에 이른다. 무게가 26.7톤(5만8800파운드) 이내라면 고도 3만5800km의 정지궤도(GTO)까지, 16.7톤(3만7천파운드) 안쪽의 물체라면 화성까지, 3.6톤(8000파운드) 이내라면 명왕성까지도 보낼 수 있다. 필 라슨 스페이스엑스 대변인(전 백악관 대변인)은 ”팰컨9이 대부분의 우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팰컨 헤비는 모든 우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말로 팰컨 헤비의 성능을 설명한다.
이날 발사된 팰컨 헤비에는 테슬라의 빨간색 전기차 로드스터가 실려 있다. 운전석에는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우주복을 입은 마네킨 ‘스타맨‘(Starman)을 앉혔다. 조수석 앞의 대시보드에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첫 머리에 나오는 경고문 “당황하지 마라”(Do not Panic)는 문구를 새긴 명판을 붙였다. 계획대로라면 2단계 추진체 안에 탑재된 로드스터와 마네킹 우주인은 최대 초속 11km로 지구로부터 4억km 떨어진 우주 공간까지 날아가 태양 궤도를 돌며 주기적으로 화성과 조우할 예정이다.
로켓 재활용 기술로 경제성 높여…“게임 끝”
팰컨 헤비의 또 하나 강점은 다른 로켓업체들보다 발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경쟁업체의 델타4 헤비 로켓은 1회당 발사 비용이 평균 3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반면 팰컨 헤비의 발사 비용은 9천만달러부터 시작한다. 기존 팰컨9 로켓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적용한 점이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에 발사한 팰컨 헤비에도 2기의 재활용 로켓이 포함돼 있다.
애초 성공 확률을 반반으로 보았던 머스크는 발사에 앞서 “우리가 성공한다면, 다른 중량로켓 업체들에는 `게임 끝’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한 항공사만이 재사용할 수 있는 항공기를 갖고 있고 다른 모든 항공사들은 일회용 항공기를 보유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도 보잉을 통해 차세대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을 개발중이다. 이 로켓은 팰컨 헤비보다 훨씬 강력하다. 지구 저궤도까지 보낼 수 있는 탑재 중량이 127톤(28만파운드)으로 팰컨 헤비의 2배다. 아폴로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로켓과 비슷한 힘이다. 그러나 경제성만 놓고 보면 스페이스엑스가 탁월하다. SLS의 발사비용은 10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팰컨 헤비는 10분의1도 되지 않는 9천만달러부터 시작한다. 더구나 SLS는 개발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애초 첫 발사 목표 시기는 2017년이었으나 현재 2020년 이전에는 발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사 성공으로 로켓 분야에선 당분간 ‘팰컨 헤비 천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미 4건의 발사 계약을 맺은 상태다. 올해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신위성 아랍샛과 미 공군의 STP-2 위성군을 발사할 예정이다. STP-2 위성군에는 칼 세이건이 창립하고 빌 나이가 이끌고 있는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의 우주돛단배 ‘라이트세일2’(Lightsail 2) 등이 포함돼 있다.
머스크는 2018년 중 우주여행객 2명을 싣고 달 궤도 여행을 다녀오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 쓰이는 로켓도 팰컨 헤비다. 머스크는 2020년대 중반에 로켓 일체형 대형 우주선 ‘BFR’으로 화성 유인 착륙을 시도한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이날 시험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BFR 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해 12월29일 발사대에 팰컨 헤비를 세운 뒤, 1월24일 12초 동안 고정 연소 시험(static fire, 로켓을 발사대에 고정해두고 엔진만 가동하는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는 등 한달여간 발사 준비 작업을 해왔다. 스페이스엑스는 팰컨 헤비 개발에 들어간 총비용이 5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a7aa02be4b06505b4e94d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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