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볼처럼 반짝이는 위성, 빛 공해 논란
인공조명 숫자와 밝기가 확대되면서 도시의 밤이 갈수록 환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이른바 빛공해로 불리는 현상이다. 75억 인류 가운데 3분의 1은 이미 밤하늘의 은하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d)’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지난 5년간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계 도시들의 조명이 LED로 바뀌면서 밤이 더욱 밝아져 빛공해 지역이 매년 2%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이 시야를 가린 밤하늘에 샛별처럼 아주 환하게 빛나는 위성이 떠돌아다닌다면 어떨까?
지난 1월21일 뉴질랜드에서 소형 위성 3개를 쏘아올리며 ‘저가 미니로켓’ 시대를 연 벤처기업 로켓랩(Rocket Lab)의 일렉트론 로켓에 그런 소형 위성이 함께 실려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클럽, 노래방 등의 천정에 매달아 놓은 디스코 볼 조명을 연상시키는 이 소형 위성은 접힌 상태에서 발사돼 궤도에 오른 뒤 공 모양을 갖췄다. 현재 지구를 90분에 한 바퀴씩 남북 방향으로 돌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같은 속도다.
삼각형 모양의 판 65개를 이어붙여 만든 지오데식 돔 형태의 공 모양을 하고 있다. 반사율이 높은 탄소섬유 판들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밝게 빛난다. 이는 이리듐 위성에 장착된 패널이 지구를 돌다가 어느 순간에 햇빛을 반사하면서 밝게 빛나는 ‘이리듐 섬광’(Iridium flare) 현상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다른 점은 이리듐 위성은 간헐적으로 반짝이지만, 이 위성은 모든 면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항상 빛난다는 점이다.
로켓랩의 대표 피터 벡(Peter Beck)은 왜 이런 위성을 띄웠을까? 그 이유는 이 위성의 이름 ‘휴머니티 스타(Humanity Star)’에 들어 있다. ‘휴머니티 스타’는 말 그대로 풀이하면 ‘인류의 별’이란 뜻이다. 전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밤하늘의 위성을 공유하는 경험을 통해 인류는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로켓랩은 웹사이트를 통해 현재 이 위성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또 어느 지역에서 언제 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검색 결과, 서울에서는 3월2일에 2분30초 동안, 부산에서는 3월9일에 4분 동안 볼 수 있다고 한다.
벡 대표는 웹사이트를 통해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이 있든 누구나 밤하늘에서 `휴머니티 스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이 위성을 바라보면서 광대한 우주를 돌아보고 자신의 삶과 행동, 그리고 인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인류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우리는 개인이나 조직, 국가 차원이 아닌 전 인류 차원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휴머니티 스타는 당장의 상황을 넘어서 우리 모두는 하나의 종으로서 함께 기후변화, 자원 고갈 같은 중대한 현안들을 해결해나갈 책임을 갖고 있다는 걸 일깨워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왜 굳이 이런 인공물을 밤하늘에서 봐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종류의 위성은 별 관측을 더 어렵게 하는 빛공해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어떤 이들은 우주파편 문제도 지적했다. 이미 지구의 하늘에 4500여개에 이르는 많은 위성들이 있는 상황에서, 케슬러 증후군(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파괴된 위성에서 파편이 발생하면서 또다른 위성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만 높인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는 ‘우주 낙서’(space graffiti)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로켓랩은 휴머니티 스타는 단 몇초 동안만 반짝일 뿐, 한 지역에서는 궤도에 있는 9달 동안 다시는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위성은 앞으로 9개월간 지구 궤도를 돈 뒤 10월 중 대기에 진입하면서 공중에서 산화할 예정이다.
www.huffingtonpost.kr/entry/rocketlab_kr_5a7949a5e4b018ad894f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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