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수백년 생을 마감하는 곳, 다이아몬드 비치에 가다
빙하는 겨울철에 내린 눈이 여름철에 녹는 양보다 많으면 눈이 미처 녹기 전에 그 위에 눈이 쌓이고 쌓여서 생성됩니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 빙하가 새로 생성되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더 빨라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지요. 빙하는 이렇게 추워야 하기 때문에 추운 극지방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신비한 자연현상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북극이나 남극까지 가지 않아도 아주 높은 산이나 위도가 높은 지역에 가면 빙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이번에 제가 간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입니다. 그린란드처럼 큰 대륙빙하는 아니지만 빙모(氷帽)라고 부르는 제법 큰 빙하지역이 아이슬란드에는 형성되어 있고 그 가장 큰 빙하지역을 ‘바트나요쿨(Vatnajökull)’이라고 부릅니다.
빙하는 위에 쌓이는 눈의 무게 때문에 중력 방향으로 이동을 하지요. 아이슬란드는 섬이기 때문에 그렇게 1년에 몇 미터씩 이동한 빙하들은 결국 바다로 향하게 되고, 바다에서 빙하로서의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아이슬란드 남동부 바트나요쿨 지역의 빙하호수인 요쿨살론(Jökulsárlón)까지 떠밀려온 빙하들은 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홍수가 나면 다시 바다로 밀려나가게 됩니다. 영겁의 세월을 그렇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 현장인 이곳을 아이슬란드에 가면 꼭 가봐야 할 텐데요.
빙하가 호수에서 바다로 나갈 때 운 좋은 녀석들은 파도에 밀려 해안가에 잠시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빙하의 생명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온갖 모양의, 또 다양한 크기의 빙하 조각들이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검은 해안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지구 같지 않은, 참 신비한 광경입니다. 그렇게 해변에 있는 빙하들이 보석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워 이 해변을 ‘다이아몬드 비치’라고 부르는데 세상 어느 해변보다 아름다운 곳이지요.
수백년을 살아왔을 빙하가 죽기 전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 그 처연하지만 그렇기에 더 매혹적인 빙하 조각들의 모습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에 충분하고, 또 사람을 홀리게도 만듭니다. 저 같은 사진쟁이들은 또 다이아몬드 같은 빙하 조각의 모습을 파도와 함께 장노출로 촬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번 1월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이 다이아몬드 비치와 요쿨살론에 오롯이 3일을 투자하였는데요. 제가 도착하기 5일 전 홍수가 나서 요쿨살론(호수)의 빙하들이 많이 바다로 밀려나오는 바람에 해변에는 수북하게 빙하가 쌓여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난 10월보다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의 빙하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이곳을 찾게 되면 그때 만난, 그리고 이렇게 사진으로 담은 빙하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또 다른 빙하들이 해변에 밀려와 있겠지요. 그렇게 영원하지 않기에 더 가치있는 아이슬란드의 보석 같은 빙하들. 이번 여행에서 담은 빙하들의 마지막 찬란한 모습을 소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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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바트나요쿨의 거대한 빙하 지대. 위로는 눈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빙하가 생성되고 아래의 빙하는 밀려서 바다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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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그렇게 수백년을 느릿느릿 이동한 빙하들은 이윽고 이 빙하호수인 요쿨살론에 다다르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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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잠시동안의 정착이랄까요. 그렇게 호수에 있던 빙하들은 또 큰 바람이 불거나 홍수가 나면 바다로 떠밀려가며 마침내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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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이렇게 빙하들이 저승(?) 가기 전 잠시 쉬었다 가는 다이아몬드 비치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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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봐주니 빙하에게 생을 마감하는 시간이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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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다이아몬드 비치에서는 운이 좋다면 정말 각양각색의 빙하 조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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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이렇게 조각이라 부르기 힘든 덩어리가 큰 빙하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큰 녀석들은 다리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있는 해변에 많이 있습니다. 오른쪽 해변이 파도가 약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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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위 빙하를 클로즈업해 촬영해 본 모습입니다. 어쩜 이렇게 신비한 색과 또 결을 갖고 있는 걸까요? 어떤 위대한 조각가도 흉내낼 수 없는 세월이 만든 예술품입니다. 이 커다란 빙하조차 또 언제 해변에서 밀려나 바다에서 사라질 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으로 담은 빙하의 모습은 지구 역사의 기록이요. 또 촬영이란 행위는 영원히 이 보석을 소장하게 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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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파도가 거의 없다시피한 오른쪽 해변에 비해 다리 너머 왼쪽 해변의 파도는 제법 거셉니다. 그래서 제법 큰 빙하들도 파도에 쓸려 점점 바다로 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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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운 좋게 해변 안쪽까지 밀려 와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이 녀석도 언젠가 곧 파도에 휩쓸려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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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해변 쪽의 빙하조각들은 파도와 함께 생의 마지막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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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이곳에서 촬영을 한 3일 동안 그렇게 파도에 사라져 가는 빙하조각들을 수없이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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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그 모습은 참 처연하면서도 또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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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이 빙하조각은 뭔가 비장한 느낌까지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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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물드는, 진짜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나는 빙하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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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자신을 휩쓸고 가려는 파도와 함께, 또 그 순간 떠오르는 태양의 빛까지 받으며, 빙하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은 이토록 황홀하게 아름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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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그렇기에 이 다이아몬드 비치는 사진가들에게는 참 멋진 촬영포인트요, 파도와 빙하조각이 만들어낸는 앙상블은 장노출로 촬영하면 좋은 매력적인 피사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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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날씨가 아주 짖궂지 않다면 이 해변은 그렇게 무서운 파도가 치는 곳은 아닌데 그래도 장노출을 제대로 담으려면 장화를 신고 촬영하는 게 좋습니다. 이번에 함께 간 일행 중 한명은 이렇게 맨발로 들어가 촬영하는 투혼(?)을 불사르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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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셔터스피드를 조금 느리게 설정하면 이렇게 빙하조각을 휩쓸고 가는 파도의 결이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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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그래서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간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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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가는 분들이라면 날씨가 어찌 될 지 모르니, 또 길 건너 요쿨살론도 지긋이 봐야 하고, 그곳에서 출발하는 동굴투어, 빙하투어 등 꼭 즐겨야 할 액티비티도 많으니 다이아몬드 비치가 있는 스비나펠스요쿨 지역은 꼭 2~3일 정도를 할애하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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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큰 빙하조각에게 “나도 곧 따라갈게요…”라고 속삭이고 있는 듯한 작은 빙하조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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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라아무튼 이 다이아몬드 비치는 단지 ‘아름답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아우라가 있는 곳입니다. 짧은 일정으로 아이슬란드를 가시더라도 이곳은 꼭 한번 가보시길 바라며 빙하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포스트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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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사진은 필자의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www.huffingtonpost.kr/entry/diamond_kr_5a7461bce4b0905433b3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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